이 글은 트래백. http://economos.egloos.com/1271010 에 관한 짧은 단상.
우석훈 박사의 블로그는 거의 매일 같이 들리는 사이트 중 하나이다. 직접적으로 답글을 달거나 읽고 있는 티를 내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관심을 가지고 읽는 사이트이다. 우석훈 박사의 글 중에는 꽤 재미있는 글들이 많다. 전공도 전혀 다르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 창작(학문)을 하는데에 있어서의 마음자세 등에 대한 학자적인 견해를 접할 수 있다. 글로 만나는 멘터라고 할까나.
오늘은 그 중에도 꽤나 재밌는 글이다. "가끔 공부가 재밌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로 시작되는 짧은 글이지만 나에게는 많은 문제를 던져주고 있다. 특히 중간에 나온 "개"의 이야기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끔 한다.
나도 공부하고 사고하는 과정이 재밌어서 공부를 하고 있다. "공부에 관한 모든 것"이 재밌다 라고 감히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머리로 생각하고, 또 실험해서 결과를 얻고 다시 생각하고. 이런 문제를 풀어나가고 사고하는 과정이 재밌다. 내가 재미를 느끼는 바탕은 단지 과학 뿐 만이 아니라 책을 읽거나 생각을 하거나, 사고활동을 통해 논리를 맞추어 나가는 과정이 재밌다. 결국 공부라는게 자기와의 싸움이다. 인내력을 포함한 모든 사고력과의 승부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몇 년은 공부하는 입장의 학생을 유지할 것이고, 그 후에는 어떻게 될련지 모르겠지만, 난 이 재밌는 공부를 계속 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다만 이 때 쯤 되면 "공부로 먹고 살 수 있는가"가 지금보다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올 것이다. 이 때되면 학문이 아니 보다 뚜렷한 직업군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할 것인가, 혹은 학자를 고수하던가, 아님 이 두 길 가운데에서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줄타기를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내 짧은 소견으로는 공부는 수단이 아니다. 학부 고학년, 대학원 수준에서 공부를 수단으로 생각해서 나중에 보다 좋은 직장, 보다 나은 보수를 받으면서 살자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 사람이 무엇을 하고 있든지 그건 고등학생이 그저 좋은 대학 들어가기 위해 점수 올리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이런 자세로는 학문적으로 뭔가 깨닫기는 어렵지 않을까. (물론 이러한 삶이 가치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 관점에서, 학문의 관점에서 볼 때 무의미하다.)
공부만으로 먹고 사는 길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과학이나 예술이나 모든 창작 활동은 그것만으로 먹고 사는 것이 무지 힘든 일 같다. 사족으로 난 어렸을 때 예술과 같은 창작 활동을 하고 싶었다. 미술을 전공하신 어머니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음악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하지만 집이 그렇게 부유한 것도 아니라 차마 예술을 선택할 수 는 없었다. 또한 "니가 예술로 밥벌어 먹고 지낼 수 있겠느냐"라는 어머니의 가르침이 있기도 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의 이야기이지만 이 뒤로 난 더 이상 예술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뭐 즐기는 취미활동 정도?) 그래도 창착의 즐거움에 대한 미련을 못버리고 차선택으로 결정한 것이 바로 공부, 과학이다. 예술로 밥 벌어 먹을 수준까지 교육시킬 돈은 없었지만 공부 뒷바라지 할 정도의 돈은 집에 있었으니 다행이다.
그 뒤로 거의 10년 정도가 되었다. 과학고를 나와 한국최고의 공대라고 자부하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아직도 나갈 길이 멀지만 한 번 쯤 점검해볼만한 때인 듯 싶다. 게다가 최근 L*전자에서 전화 인터뷰까지 걸려와서 이 길을 벗어나지 않을래~ 하는 유혹을 강하게 걸기도 했었다.
공부. 끝까지 할 수 있겠는가. 아닐꺼면 빨리 내려놔야 할텐데...
이러다가 "개"가 될지도 모르겠다.